많은 직장인이 일 잘하는 사람의 자질로 방대한 지식이나 빠른 업무 속도를 떠올린다. 그런데 실무에서 말하는 '일머리'는 아는 것이 많은 상태와는 거리가 있다. 업무를 시작하기 전과 끝낸 뒤에 분명하게 소통해 착오와 재작업을 줄이는 능력이 실제 생산성을 좌우한다. 이 글은 불명확한 소통이 낳는 경제적 손실과 비효율을 수치로 짚고, 이를 줄이기 위한 경영학의 소통 원칙을 정리한다.
‘일머리’는 지식보다 소통으로 완성된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공유되는 직무 요령들은 지식을 많이 쌓는 것보다 업무의 시작과 끝에서 오가는 소통을 한결같이 앞세운다. 일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받는 기준인 '일머리'도 지적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으로 쓰이지 않는다. 업무 착수 전후에 분명히 소통해 미리 오차를 줄이고 불필요한 재작업을 막는 행동 습관에 가까운 말이다.
경영학과 조직행동학에서는 불필요한 재작업 비용을 미리 없애는 일을 생산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본다. 업무 목적을 정확히 맞추고 소통 오차를 줄여 아낀 시간과 자원은 조직 전체의 성과로 이어진다. 그래서 개인이 업무에 얼마나 능숙한지보다 문제를 미리 막는 소통 역량이 생산성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국내 기업의 낮은 업무 효율과 워라밸 문제
국내 기업의 업무 방식은 생산성과 워라밸 양쪽에서 여전히 비효율이 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상장사 직장인 4,000여 명을 조사한 보고서에서 직장인들이 매긴 국내 기업의 업무 방식 종합 점수는 100점 만점에 45점이었다. 항목별로는 업무 방향성 30점, 지시 명확성 39점, 추진 자율성 37점, 과정 효율성 45점으로, 모든 부문이 50점을 넘지 못했다.
이런 비과학적인 업무 구조는 직장인의 일과 삶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주된 원인이다. 조사 대상 직장인의 67.4%는 워라밸이 낮은 이유로 불필요하거나 모호한 업무(30.0%), 무리한 추진 일정(29.5%), 상사의 갑작스러운 지시(7.9%) 같은 비과학적 업무 프로세스를 꼽았다. 분명하지 않은 지시와 비효율적인 과정이 직원들의 피로를 키우고 쓸데없는 수고를 만든다는 얘기다.

비효율적 소통이 야기하는 기업의 막대한 손실
불명확하고 비효율적인 소통은 기업에 큰 재정 손실을 안긴다. 그래머리와 해리스 폴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불명확한 소통 때문에 연간 총 1.2조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보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 리더들은 팀원들이 비효율적인 소통으로 매주 거의 하루에 해당하는 7.47시간을 허비하고, 이것이 직원 1인당 연간 약 12,506달러의 손실로 이어진다고 평가했다.
상습 야근이 꼭 높은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수치로 확인된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의 조사에서 하루 평균 11시간 30분을 일하며 상습적으로 야근한 A대리의 업무 생산성은 45%였다. 하루 9시간 50분을 일한 일반 직원들의 생산성 57%보다 오히려 낮다. 비효율적인 업무 소통과 습관적인 야근은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내린다.

‘완결된 참모 업무’ 원칙으로 일머리 키우기
일머리를 키우고 생산성을 높이려면 경영학에서 검증된 행동 원칙을 쓰면 된다. 지시를 받은 직후 업무 목적을 다시 확인하고 중간중간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습관은 결과물이 뒤집히거나 재작업이 생기는 일을 막는다. 업무 중에 질문할 때 의문만 던지지 않고 대안을 준비해 가면 의사결정자의 인지 부담이 줄고 고르기도 쉬워진다.
이런 행동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미 육군에서 정립된 '완결된 참모 업무 원칙'과 같은 맥락에 있다. 상급자가 승인이나 불승인만 결정하면 되도록 미리 문제를 연구하고 대안을 완성해 보고하는 체계다. 회의나 통화가 끝나면 핵심 내용을 짧게 글로 남겨 왜곡을 막는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우선순위 조율, 사전 부검 관점의 리스크 계산도 업무 실패 위험을 미리 통제하는 일머리 습관이다.

소통 부재는 프로젝트 실패의 핵심 원인이다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주된 이유도 소통 부재에 있다. 프로젝트 관리 협회(PMI) 조사에서 실패한 프로젝트의 3분의 1(1/3)은 비효율적인 소통이 주된 원인이었다. 프로젝트의 목표와 진행 상황을 분명히 공유하지 못하면 조직 전체의 노력이 헛수고가 될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뜻이다.
손실 규모도 크다. PMI 보고서에 따르면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10억 달러마다 1억 3천5백만 달러가 위험에 놓이고, 이 가운데 56%인 7천5백만 달러가 오로지 비효율적인 소통 때문에 손실 위험에 노출된다. 프로젝트를 제대로 끝내려면 체계적이고 분명한 소통 방식을 먼저 갖춰야 한다.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효율적 소통
일을 많이 한다고 비즈니스가 잘되지는 않는다. 업무 착수 단계에서 목적을 분명히 하고 오차를 미리 막는 소통 능력이 일의 효율을 정한다. 모호한 지시와 불통은 기업에 큰 재정 손실을 안기고 프로젝트 실패율을 높인다.
예비 창업자와 직장인이라면 일을 처리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소통 효율을 높이는 일머리 습관을 몸에 붙일 필요가 있다. 완결된 참모 업무 원칙과 사전 리스크 관리, 분명한 서면 공유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불필요한 비효율과 재작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개인에게도 기업에게도 효과적인 소통은 오래 성장하는 데 가장 든든한 밑천이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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