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에서 혼자 계좌를 운영하는 개인 투자자는 늘 혼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재무제표를 꼼꼼히 뜯어보고 내린 결정이 번번이 실패한다면, 원인은 시장보다 투자자 자신에게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의 의사결정은 논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진화 과정에서 새겨진 본능과 인지 왜곡에 크게 휘둘리기 때문이다. 시장을 이기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투자의 성패를 결정하는 심리의 힘

워런 버핏은 투자의 성공이 높은 지능지수보다 충동을 억누르는 자질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복잡한 수학 공식을 다 이해하는 사람이라도 순간의 공포와 탐욕에 휩쓸려 충동적으로 거래하면 자산을 지키지 못한다. 투자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지식의 양보다 충동을 누르는 심리적 통제력이다.

사람은 자산을 배분할 때 경제 논리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이해득실과 무관한 성향, 과거의 기억, 주변 환경 같은 심리적 특성이 판단에 큰 영향을 준다. 투자 심리학은 금융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지, 그 심리적 메커니즘을 밝히는 학문이다.

인간을 오작동하게 만드는 생각의 함정

뇌는 결정을 쉽게 내리려고 무의식적으로 지름길을 택하는데, 이 지름길이 자산을 불리는 올바른 결정을 방해한다.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사람의 판단을 걸려 넘어지게 하는 인지적 편향은 수백 가지에 이르며, 188가지 유형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국가도 인간의 인지 한계와 뇌 연구의 가치를 알고 예산을 써 왔다. 한국 정부는 2018년 '뇌연구 혁신 2030' 계획을 심의·의결하고, 2022년까지 5년 동안 뇌과학 기초 분야에 1조 3천억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뇌의 어느 영역이 어떤 방식으로 투자 결정에 관여하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뇌과학과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인간의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심리적 편향은 수백 가지가 존재한다.

수익보다 아픈 손실에 대한 방어 기제

전망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이익의 기쁨보다 손실의 고통에 훨씬 강하게 반응한다. 한경용어사전은 같은 금액이라도 손실에서 느끼는 주관적 가치가 이익의 두 배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다른 연구에서도 사람들은 보통 손실에 이익보다 평균 2배에서 2.5배가량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손실 회피 성향은 큰 투자 실수로 이어진다. 손실이 난 주식은 팔아서 손실을 확정하는 것이 두려워 지나치게 오래 들고 있는다. 반대로 이익이 난 종목은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팔아 버려, 길게 가져갔으면 얻었을 수익을 놓친다.

이득을 얻었을 때보다 손실을 보았을 때의 심리적 충격과 반응이 최대 두 배 이상 강하게 나타난다.

개인 투자자를 무너뜨리는 심리 편향

확증 편향에 빠진 투자자는 자기 가설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골라 받아들인다. 실적 악화 같은 악재나 경고는 애써 외면하다가 손실이 커진 뒤에야 후회한다.

자기 능력과 지식을 과신하는 것도 위험하다. 시장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착각하면 무리한 베팅을 반복하게 된다. 여기에 남들이 돈을 버는 것을 보며 나만 뒤처질까 불안해지는 FOMO와 군중 심리가 더해지면, 결국 꼭대기에서 추격 매수를 하게 된다.

수익을 가로막는 확증 편향과 자기과신, 군중 심리를 다스리지 못하면 시장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

본능을 극복하고 세워야 할 투자 원칙

뇌를 투자에 맞는 상태로 바꿔 주는 과학적 훈련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니 사람의 판단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글로 적어 둔 투자 원칙을 따르는 것이 먼저다.

본능적인 감정이 매매에 끼어들지 못하도록 분산 투자, 적립식 장기 투자, 간접 자산 활용 같은 방어벽을 세워야 한다. 시장을 분석하기 전에 자신이 어떤 심리 오류에 특히 약한지 돌아보고, 이를 보완할 원칙을 만들어 두어야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참고